2023년 12월 19일, 대한민국 노동법의 역사를 다시 쓴 판결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소송 판결입니다. 11년 만에 통상임금의 개념을 재정립한 이 판결은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들의 소송에서 나온 것으로,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게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오늘은 이 판결의 내용과 의미, 그리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통상임금이란 무엇인가?
먼저 통상임금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정상적인 근로시간에 대해 받는 기본급여를 의미합니다. 이는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판결 이전까지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고 정의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고정성' 요건이 폐지되고, 다음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 정기성: 일정한 간격을 두고 급여지급일에 계속적으로 지급되는 금품
- 일률성: 모든 근로자 또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근로자에게 동일하게 지급되는 금품
- 소정근로 대가성: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당연히 지급될 것으로 예정된 금품
이러한 변화는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배경
이번 판결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있습니다:
- 법령 부합성 문제: 근로기준법 시행령 등 어느 법령에도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 강행성 원칙 문제: '고정성' 요건으로 인해 많은 임금 항목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면서, 근로자 보호 취지가 약화되었습니다.
- 소정근로 대가성 강조: 통상임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한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 정의되어야 하며, 임금의 실질적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대법원은 11년 만에 통상임금에 관한 새로운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주요 기업들의 통상임금 소송 사례
이번 판결의 주요 대상이 된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세아베스틸
-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며, 1심 및 3심이 진행 중입니다.
- 소송 가액은 약 57억 5천만 원에 달합니다.
- 회사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으로 인한 예상 손실금액으로 약 800억 원을 계상했습니다.
2. 기업은행
- 구체적인 판결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사한 사례인 우리은행의 경우 2,500억 원 규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습니다.
- 기업은행의 770억 원 규모 통상임금 소송 판결이 연기된 바 있습니다.
3. 현대자동차
- 전·현직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주요 대상 기업 중 하나였습니다.
-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핵심 사례로 다루어졌습니다.
4. 포스코
- 포스코에 대한 구체적인 소송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기업으로서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판결의 의의와 영향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그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노동법 해석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주요 의의와 영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근로자의 임금 상승 효과: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되어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급여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의 연간 인건비 부담이 6조 7,889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임금 체계 개편 가능성: 기업들은 추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임금 체계 전반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노사 관계의 변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사 간 새로운 협상과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법적 안정성 확보: 이번 판결은 앞으로 통상임금을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입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응
노동계의 반응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대체로 환영하고 있습니다. 주요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한 실질적인 임금 상승 효과 기대
- 임금 협상력 강화
- 다만, 판결의 소급 적용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 표명
경영계의 반응
반면 경영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주요 우려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건비 부담 증가: 대한상공회의소는 연간 약 6.8조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
- 임금 체계의 전면적 재검토 필요성
-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의 지급 금액 증가 가능성
- 향후 통상임금 관련 소송 증가 우려
향후 전망과 과제
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이 추구하는 근로 보호와 정당한 보상을 더욱 충실히 실현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업의 부담 증가와 노동 시장의 변화 등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업과 노동자 모두 이에 대한 법적, 정책적 대응 필요
- 급여 전문가인 노무사와의 협의를 통한 합리적 대응
-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시 및 지원 방안 마련
-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한 새로운 임금 체계 구축
통상임금 소송 전원합의체 판결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근로자의 권익 보호와 기업의 경영 부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노동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해 봅니다.